2018년 3월 12일 월요일

이번 주 목요일 삼성서울병원 내시경세미나에서는 조직검사에 대하여 강의할 예정입니다. 관련하여 조직검사 후 출혈에 대한 애독자 질문과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2013-12-3. 애독자 질문]

위 생검 후 출혈이 있을 때 어느 정도 출혈이 있어야 지혈술을 해야 할까요? 내시경 책에 정확히 어느 정도 출혈 시 지혈을 해야한다거나, 생검 후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지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거나에 관해 자세한 기술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경우 생검 후 출혈이 많을 경우 세척하면서 30초 정도 관찰하다 줄어드는 양상이면 내시경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경미하다 판단되는 경우에는 바로 내시경을 회수합니다. 아직 제 환자 중 위 생검 후 출혈 때문에 응급실로 온 환자는 없었으나, 간혹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고 들은 적이 있어 이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 구합니다. 이전에 제가 있던 병원에서는 소량 출혈일 때 epinephrine spary를 했었는데, 저도 가끔 사용하면서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구심이 들었답니다.

[2012-12-3. 이준행 답변]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하지만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感으로 하고 있습니다. Science보다는 art에 가까울 수 밖에 없는 내시경 영역에서 感이 중요한 상황은 많습니다. 도제교육과 많은 경험으로 배울 수 밖에 없는 感 말입니다. 책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저도 "생검 후 출혈이 많을 경우 세척하면서 30초 정도 관찰하다 줄어드는 양상이면 내시경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경미하다 판단되는 경우에는 바로 내시경을 회수합니다." 출혈이 좀 더 많으면 clip을 두 개 정도 사용하여 즉시 지혈하고 회복실에서 한 시간 정도 경과관찰 후 퇴실하도록 조처하고 있습니다. 다만 내시경을 제거하면서 공기를 최대한 제거하여 위가 collapse 되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Epinephrine이나 thrombin spray는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병변의 위치에 따라 조직검사 순서에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력에 따라 피가 흐르는 방향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피가 흐르는 방향에 대하여 확신이 없으면 약간의 물을 뿌려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시야가 좋아야 정확한 조직검사를 할 수 있고 피도 적게 납니다.

조직검사 직후 출혈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 환자는 cardia에서 조직검사한 후 출혈을 보여 지혈하였습니다. 출혈양이 많았기 때문에 1박 2일 경과관찰을 권하였습니다.

간혹 조직검사 수시간 후 뚜렷한 출혈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래 환자는 조기위암에 대하여 조직검사 후 CT를 위해 기다리던 중 syncope가 발생하였습니다. 조직검사 부위로부터 출혈을 확인하고 hemoclip으로 치료하였습니다.

 내시경 조직검사 장면

 Syncope 후 내시경에서 clot 제거 후 clip으로 치료

조직검사 출혈과 관련된 가장 심각한 일은 varix 조직검사 후 대량출혈입니다. 간혹 사망례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duodenal varix에서 조직검사 후 출혈한 경우인데 다행스럽게 곧 멎었습니다. Varix에서 조직검사 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SMT에 대하여 모두 조직검사하는 습관이 있는 분들은 실수로 varix를 조직검사 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2012-12-4. 애독자 의견]

저는 epinephrine spray를 쓰고 있는데, 작은 capillary가 조직검사에서 열려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조금 자세히 보면 epinephrine을 뿌린 후 주변 점막의 whitish discoloration이 관찰됩니다. 따라서 심장환자의 식도에 뿌릴 때에는 조심하는 편입니다. Azygos vein을 통해 직접 drain되는 느낌이 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량일테지만. 그리고 불필요하게 점막 허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열린 점막(조직검사 한 곳 등)이 닿는 부위에 뿌린 액이 닿을 수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suction하고 있습니다. 문헌근거는 없습니다만... 한가지 더,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한동안 전임의 선생님들이 많이 사용하여 자제시키기도 하였습니다.


[2015-3-11. 애독자 편지]

얼마 전 60세 남성의 건강 검진 내시경이었습니다. 2년 전에는 위축성 위염과 약간의 장상피화생 말고는 특별한 소견이 없던 분인데, 이번 검진에서 상체부 후벽에 부정형의 미란이 관찰되어 조직검사를 하였습니다. 조직검사후 출혈이 있기는 했지만, 검사하고 나오는 동안에도 출혈이 멈추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내시경을 마쳤습니다. 조직검사 후 lamina G 한 포를 복용하게 했습니다. 조직검사를 시행한 상태라 당일 식사는 LD나 SD로 권유하였고, 내시경 후 주의사항이 적힌 (흑색변이나 복통 등 출혈 연관 증상 발생시 즉시 연락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된) 팜플렛까지 설명하고 드렸습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미란에서의 조직검사를 시행한 터라, 출혈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병리 소견에서 focal atypical cells가 나왔고, dysplasia를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덧붙여 있어 morphologic하게도 dysplasia 가능성이 있어 보여 상급의료기관으로 진료의뢰를 보내야 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환자 분이 며칠 전부터 검은색 변을 봤다고 상담을 오셨습니다. '짜장 색깔처럼 나왔나요?'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더 지체하지 않고 응급으로 환자의 CBC를 검사했습니다. 결과는 Hgb 8.6. 바로 저희와 연계가 되어 있는 인근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의뢰하였습니다. 다행히 이미 출혈은 멈추어 있었고, 특별한 조치없이 하루 입원하여 철분제 등 처치만 받았다고 합니다.

사실 조직검사 후 출혈은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러나, 검진기관에서 거의 8년 이상 근무하면서 용종절제술 후 post-polypectomy bleeding은 몇차례 경험했지만, 상부위장관 내시경 조직검사 후 출혈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운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비교적 크고 깊은 궤양 생검도 해 봤고, mucosal friability 및 touch bleeding이 있었던 위암 조직검사도 했었지만 이번과 같은 melena를 동반한 출혈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었습니다.

반전이 있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이번 사태를 '의료사고'로 인지하고 저에게 와서 따졌다는 것이죠 -_- 물론, 의료사고라는 개념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이고 이번 건은 의료진의 과실이 아니라 내시경 조직검사 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게다가 식사 조절 및 주의사항(검은색 변을 보거나 복통, 어지러움증을 호소할 경우 출혈에 의한 응급상황일 수 있으므로 즉시 알려달라는 내용)에 대해 팜플렛까지 주면서 설명을 해 드렸기에 설명의 의무도 다 했다는 사실까지 언급했습니다. 조직검사를 하지 않았으면 전구성 암병변의 가능성이 있는 미란성 병변도 놓쳤을 것임을 주지시키고 나서야 보호자와 환자가 수긍을 하였습니다.

결국 원만하게 일은 해결은 되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세 가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첫째, 비교적 간단한 조직검사라도 얼마든지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 그리고, 둘째, 지금까지 별 일 없었기에 매너리즘에 빠지면 안된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요즘은 환자들이 내시경 후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내시경 후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적지만 생길 수 있는 출혈이나 용종절제술 후 지연 천공과 같은 주요 합병증은 물론, 내시경 후 발생하는 오심, 소화불량, 묽은 변 내지는 설사와 같은 잡다한 불편 증상) '의료사고'를 들먹이며 와서 따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항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주의사항 안내 팜플렛까지 동봉해도 말입니다.

며칠 지나니 답답했던 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더 조심스럽게, 더 안전하게, 그리고 빠른 내시경보다는 바른 내시경. 내시경을 하는데 있어서 원칙대로 지켜야 될 사항들은 꿋꿋히 지키면서 하는 것이 사고가 나지 않는 왕도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점점 더 환자들이 따지는 상황들은 앞으로도 더 많이 생길 것이기에, 조금 위축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ㅠㅠ

두서없는 제 넋두리를 또 늘어놓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넋두리를 보낼 수 있는 분이 계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배출될 수많은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을 양성하고 계신 교수님의 EndoToday를 통해 더 많은 경험과 지식들을 배워나가길 희망해 봅니다.

[2015-3-12. 이준행 답변]

고생 많으셨습니다. 환자들은 작은 우발증이라도 '의료 사고'를 떠올립니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우리나라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늘 진지하게 접근하고 조심스럽게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싸구려 populism 의료만 추구하는 정부 정책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국민이 뭘 알겠습니까? 공무원이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지요. 몇 가지 의견입니다.

1) 단순한 미란은 아닙니다. 조기위암 IIa + IIc를 의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2) Lamina G가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 마음의 위안은 되겠으나, 출혈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3) 조직검사 후 출혈은 dysplasia나 cancer에서 조금 더 자주 발생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이를 입증한 자료를 본 적은 없습니다.

4) 의료 사고를 주장하는 환자에게 sympathy를 보이면서, 잘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6-21. 애독자 질문]

특이 기저질환 및 약물 복용력이 없는 분의 위미란 조직검사 후 출혈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목적으로 조직검사 위치를 루틴으로 사진을 찍을 필요가 있습니까?

[2016-6-21. 이준행 답변]

위내시경 조직검사 관련하여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병소의 위치, 크기, 모양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영상 자료를 남겨두는 것입니다. 내시경 조직검사 후 출혈은 드물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내시경 조직검사 연관 출혈과 내시경 조직검사 직후 사진에서 보이는 출혈양과는 특별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따라서 내시경 조직검사 직후 출혈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사진을 남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제가 아는 한 어느 나라의 어느 누구도 조직검사 후 출혈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목적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를 알지 못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한 내용이 언급된 guideline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살짝 피가 날 때 사진을 찍으면 좋습니다. 병소의 위치를 정확히 표시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수술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Wound에서 bleeding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wound를 사진으로 기록해두지 않습니다. 내시경 조직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으면서 음식이 잘 만들어졌는지 사진을 남기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사진으로 남길 필요도 없고 남겨서도 안 됩니다. 의미가 있는 것만 사진을 남겨야 합니다. 불필요한 곳에 자원을 낭비하면 필요한 일을 못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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