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5일 목요일

내시경 검사에서 언제 헬리코박터 진단을 위한 검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애독자 질문과 이준행 답변 - 글로 쓸 수 없고 학회에서 발언할 수 없는 이야기도 많지만...

[2018-3-15. 애독자 질문]

2018년 새로 개정된 헬리코박터 치료에 관련된 질문이 있어 교수님의 고견을 여쭙고자 메일을 드립니다.

50세 남자입니다. 2개월 전부터 간헐적인 가슴답답감, 신물역류, 목이물감, 기침 증상이 있어 검진을 겸하여 내시경 검사를 원하셨습니다.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염으로 당뇨약, 아스피린, 고지혈증약을 드시고 계시면, 위암의 가족력(부친)이 있었습니다.

위내시경 검사 상 식도는 역류성 식도염 (LA-B), 십이지장은 정상, 위는 위각부, 위체하부 및 전정부 소만에 약간의 위축성 위염이 관찰되었습니다. 사실 과하게 보지 않으면 연령을 고려했을 때 정상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조직검사 없이 내시경 검사를 마치고, 미란성 식도염(RE) 이외 특이소견 없다고 설명드리고, 간단히 PPI 처방을 했을 상황이었습니다. 오늘은 2018년부터 헬리코박터 위염에 대하여 제균치료가 가능해졌고, 관련 내용을 엔도투데이에서도 확인한 상태인지라 예전과 다르게 조직검사를 해야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분노하신대로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된 환자 중 위축성 위염, 위암 가족력, 기타 등등에 대해 100/100 처방이 가능하나 감염을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나 CLO 검사에 대한 언급은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웠습니다.

아스피린도 드시고 계시고(물론, 아스피린 복용이 내시경 검사 및 일반 조직 검사의 금기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교수님의 2월 position statement 중 궤양, 단일 미란과 같은 병변이 동반되지 않은 검진 위내시경 setting에서의 보편적인 조직검사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라는 부분을 참조하여 오늘은 조직검사 없이 예전처럼 설명드리고, PPI 처방 및 1년 후 위내시경 추적관찰을 설명드렸습니다.

보험문제를 차치한다면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맞았을 지, 보험문제를 고려한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내시경 검사를 받는 분이 많습니다. 일반적인 Hp-associated gastritis, 보다 specific하게는 증상을 동반한 lymphofollicular gastritis 및 verrucous gastritis(질환과 관련된 증상일지는 모호하나)에서 적극적인 검사 및 제균치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나 내시경 세계에 눈을 뜨게 해 주신 교수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제자 XX 올림

[2018-3-15. 이준행 답변]

옳은 지적입니다. 선생님의 판단에 동의하며, 저라도 똑같이 하였을 것입니다. GERD 증상이 있고 내시경에서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50대 남성에서 헬리코박터를 검사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2018-2. position statement)

진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진 후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른 순서입니다. 진단이나 치료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진 후 그에 대한 보험급여 여부가 정해지는 것이 바른 순서입니다. 그런데 진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확립되기도 전에, 아니 진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어떠한 가시적인 노력도 없이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치료에 대한 보험급여 여부가 변경되었다고 고시된 것은 매우 황당한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에는 이런 일이 많습니다. 게다가 2018년 4월 1일부터 헬리코박터 위염이 의심될 때 CLOtest나 헬리코박터 조직검사는 시행할 수 있게 되어 일은 더욱 꼬여만 갑니다 (2018-3-4. 위장내시경학회 남준식 선생님 강의록 참조).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 의사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논리를 세워서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해 드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2018년에 각자도생이라니...

저의 입장입니다. 2018년 3월 15일의 생각입니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Position statement (2018-3-15)]

1) 암, 궤양, 단일 미란 등 조직검사의 뚜렷한 적응증이 있는 경우는 histology를 보기 위한 조직검사를 한다. 궤양인 경우는 헬리코박터를 위한 검사도 시행한다.

2) 위암이나 위선종으로 치료한 환자의 추적내시경에서 과거 헬리코박터 검사를 한 적이 없으면 헬리코박터 검사를 시행한다.

3) Lymphofollicular gastritis에서는 헬리코박터 검사를 한다.

4) Functional dyspepsia 환자에서 헬리코박터 검사를 할 수 있다 (참고: Kyoto Consensus on Helicobacter pylori-gastritis. Gut 2015).

5) 내시경 검사 전 피검사자 명시적으로 헬리코박터 검사를 요청하면 검사를 할 수 있다.

6) 무증상 성인의 검진 내시경에서 universal하게 헬리코박터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그 역할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위축성 위염, 화생성 위염이 보인다고 꼭 헬리코박터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7) 과거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받았고 제균 성공이 확인된 환자에서 내시경 검사를 할 때마다 헬리코박터 검사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8) 위 적응증과 무관하게 일단 조직검사나 CLOtest 등에서 헬리코박터가 확인된 환자에서는 특별한 contraindiation이 없는 한 치료를 권유한다.

헬리코박터 감염이 진단된 환자에서는 적극적으로 치료하되, 일반 검진 내시경에서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universal한 검사는 반대하는 저의 입장이 다소 애매하게 들릴지 모릅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하여 많은 분들로부터 지지와 비판을 함께 받고 있습니다. 지지가 약간 더 많습니다.^^

언제 저와 소주 한잔 합시다. 글로 쓸 수 없고, 학회에서 발언할 수 없는 금지된 이야기도 매우 많으니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