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9일 수요일

위내시경에서 얼마나 자주 '정상'이라는 결과를 내십니까?

위내시경에서 특이 소견이 없으면 '정상'으로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상'이라는 결과를 내는 것을 주저하는 분이 많습니다. 습관적으로 CAG 혹은 CSG를 붙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봐도 정상인데 CAG라는 내시경 진단이 붙어있었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증례를 보면 정상으로 결과를 내도록 지도했습니다.


 [FAQ]

[2014-9-12. 애독자 질문]

저는 위내시경시 가장 어려운 점이 결과지에 정상!!! 이라고 쓰는 일입니다. 아직 검사 경험도 부족하고, 대부분 정상 같은데 하면서도 선상의 발적이나 점막의 발적 등의 이유를 들어 표재성 위염을 많이 언급하곤 합니다. 교수님께서 통계를 내셨는지 모르겠지만 정상으로 결과를 내는 비율이 (우리나라 소화기내과의사들) 어느 정도인지. 교수님께 리퍼된 환자의 경우는 아마 이보다 적으시겠지만요. 대체로 우리나라 의사들은 정상으로 결과지를 쓰는 비율이 개인차가 있는 것 같고, 용기도 부족한 것 같고 어느 것 하나도 무시 못하는 꼼꼼한 의사도 많은 것 같아 좀 복잡한 것 같습니다!! (질문이 너무 의학적이지 못해 죄송합니다.)

[2014-9-17. 이준행 답변]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척 어려운 질문입니다. 대장내시경 결과에는 '정상'이 많은데 위내시경에서는 좀처럼 '정상'이라는 결과를 볼 수 없습니다. 뭔가 이상하기는 하지요. 좀 더 생각해보고 자세히 답변드리겠습니다만 우선 언끗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써 봅니다.

 "정상 위는 이렇다"고 설명할 때 사용하고 있는 오래된 내시경 사진

저는 오랫동안 "정상"이라는 결과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거의 ESD 관련 환자들 내시경만 하고 있으므로 얼마나 자주 "정상"이라는 결과를 내는지 답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제가 screening endoscopy를 많이 하던 무렵에는 대략 30-40% 정도 '정상'이라고 결과를 냈습니다. 그런데 늘 두 가지 고민을 합니다.

고민 1. 우리가 대학교를 다닐 때 보통 사람의 2 standard deviation 이하면 정상범위라고 배웠습니다. 즉 95%는 정상이어야 정상입니다. 간기능검사를 생각해봅시다. AST의 정상범위를 40으로 정한 것은 2 standard deviation이 40 이하이기 때문입니다. 즉 95%가 정상이라고 결과가 나갑니다. 그렇다면 표재성 위염, 미란성 위염 등 온갖 위염은 모두 정상범위입니다. 조직검사를 해 보면 알듯이 병리과 의사는 '정상'이라고 답을 주지 않습니다. 늘 gastritis라고 줍니다. 위에 약간의 염증세포가 있다는 것이지요. 제 생각에 밥 먹고 사는 사람이면 모두 위에 약간의 염증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염증이 있다면 염증이 있는 것이 정상 아닐까요? 결국 '표재성 위염'이라고 쓸 것인가, '정상'이라고 쓸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비정상이라는 것은 분명 비정상입니다.

고민 2. '정상'이라고 쓰면 일반인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나는 늘 배가 아픈데 왜 정상이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역시 나는 건강해!"라고 지나친 자신감을 갖는 분도 계십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위염'이라고 써 놓아야 마음이 놓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몇 년 후 위암이 진단되었을 때 "원래 환자분은 위암 고위험군이었습니다"고 설명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이 자기 방어 차원에서 위염을 남발하는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요즘은 대통령도 '정상/비정상'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대통령 덕분에 '정상/비정상'에 대한 기사를 자주 봅니다 (관련 기사). 정상이 아닌 것은 비정상입니까? 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봅니다. 세상 일을 '정상/비정상'으로 명확히 나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Digital이 아니라 analog인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내시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정상'이라는 결과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WNL'이라고 쓰고 "별 이상 없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정상'이라는 너무 눈부신 용어보다는 '정상범위입니다'라는 다소 유보적인 단어로 바꾸었다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꾼 후 내시경 결과를 내는 것이 조금 더 편해졌습니다.

제가 위염에 대한 강의를 할 때마다 사용하는 슬라이드 몇 장을 소개합니다.

 어떤 내시경 의사는 수만번의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한번도 정상이라는 결과를 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Functional dyspepsia라는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 진단명이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나라 국민 정서에 맞게 설명하려는 과정에서 "위염"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으니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References]

1) 정상과 비정상 - 전남대학교 최영 선생님의 개인 홈페이지. 정상을 아래와 같이 4 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 건강하면 정상이다 (Normality as health) : 의사들은 전통적으로 건강(health)을 정상(normal)과 동일하게 간주해왔다. 즉, 병적인 증상이 없어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통이 없는, 불안이 없는, 우울하지 않은, 그리고 불면증이 없는 상태가 정상이다.
  • 이상적인 상태가 정상이다 (Normality as utopia) :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관점으로 성격적으로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하고 싶은 욕구를 큰 좌절이 없이 적절하게 충족하는 상태, 그래서 최상의 기능발휘를 하는 것을 정상이라고 본다.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내린 정상의 개념이다. 하지만, 소위 "성인(聖人)"들을 제외하고는 이런 사람은 드물다.
  • 보통(평균)이 정상이다 (Normality as average) : 보통 사람 안에 들어가야 즉, 다수에 포함되어야 정상이라고 본다. 통계학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든다면 대다수의 사람이 손가락 6개를 가진다면 손가락이 5개인 사람은 비정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 성장과 변화가 있어야 정상이다 (Normality as process) :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성장하고 변화해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발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정상의 정의다. 예를 들어 대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동생이 태어난 후 어린 시절의 행동으로 되돌아간다면 정상이 아니다.

2) 정상과 비정상, 그 모호한 경계 - 위험한 정신의 지도 (망프레드 뤼츠 저)에 대한 서평

3) 정상과 비정상. '건강한 사람과 환자' - 데일리팜 기자의 날까로운 지적

의약품 인허가와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국민건강지킴이' 정부 부처인 식약처가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자. 성장호르몬제제의 올바른 사용법을 안내하면서 "성장호르몬제는 정상인을 위한 키 크는 약"이 아니라고 했다. 또 "정상인이 잘 못 사용하는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했다.

데일리팜은 '정상인' 대신 '성장호르몬에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고 바꿔 쓰고 식약처 측에 질문했다. '정상인'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한 것 아닌가? 식약처 측의 답변은 이랬다. '환자'의 반대말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례이고 국어사전에서도 그렇게 쓰고 있다고. 네이버 국어사전은 실제 '정상인'을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예문으로 "…수술경과가 매우 좋아 환자가 정상인과 다름없는 거동을 한다…"라고 썼다. 국어사전도, 식약처도, 평범한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환자를 정상인의 타자쯤으로 여기고 그렇게 무식화 해 온 결과다. 기자는 환자단체에 '비장애인'의 경우처럼 환자를 정상인의 타자로 불리지 않게 쓸 적절한 용어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환자단체도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기자는 이 날 이 문제를 머리 속에 품고 지냈다. 그리고 '건강인' 또는 '건강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음 날 환자단체에서도 '건강인'이 적절해 보인다는 답을 줬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는 건 진정성 있는 공감과 함께 세심한 용어선택, 어조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국민의 건강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정부기관이라면 용어사용에 보다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데일리팜은 환자의 반의어를 '정상인' 대신 '건강인'이나 '건강한 사람'으로 사용하는 쪽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또 '건강인'보다 더 울림있고 공감할만한 용어를 복지부나 식약처가 나서 환자단체와 함께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지금이라도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했던 역사를 돌아보고 반면교사 삼기를.

4) 정상과 비정상? - 프레시안이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는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에 대하여 분석하였습니다.

5) 어쩌면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분명하게 그을 수 있다고 지나치게 확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작 우리에게는 그러한 확신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 - 데이비드 로젠한 David Rosenhan(미국 스탠퍼드 대한 법학 심리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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