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0일 화요일

환자가 헬리코박터 검사를 원하지만 내시경 소견이 정상이거나 적응증이 아닐 경우에도 균검사를 하시는지?

[2018-7-9. 애독자 질문]

이번 주말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병심포지엄에 참석하였습니다. 언제나 아침에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시던 교수님이 안 계셔서 뭔가 약간 허전했던 느낌이었습니다^^;; 허전함을 뒤로하고 심포지움을 열심히 경청하였는바, 이번에도 주옥같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교수님들이 능수능란하게 강연을 해 주셔서 소중한 배움의 장이 되어 뿌듯하였습니다. 교수님의 강의 내용은 언제 들어도 유익하고 듣는 재미가있어 좋습니다.^^ 물론 EndoTODAY로 이미 접한 바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강연을 듣는 것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그냥 읽어 나가는 것과는 다르게 또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교수님 강의를 들으면서 제가 궁금한 사항이 하나 생겼습니다. 교수님께서도 헬리코박터 제균에 대한 position statement를 언급하시면서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단서를 붙이신 부분입니다. 교수님께서는 가능하면 모든 환자들에게 헬리코박터 검사를 하고 있으며, 특히 환자 본인이 균검사를 원할 경우는 항상 검사를 한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이준행 註: 이 부분은 잘 못 전달된 내용입니다. 기존에 감염이 확인된 사람에서 치료를 한다는 것이지, 모든 환자에서 검사를 한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만약 균검사를 원한 환자의 위내시경 소견이 정상이거나 헬리코박터 위염이 아닌 표재성 위염일 경우에도 검사를 해야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의 경우는 교수님이 언급하신 것과는 다르게 환자가 원하면 무조건 균검사를 하지 않고, 환자가 균검사를 원할 경우 '적응증이 될 경우 검사를 해 드립니다'라고 검사 전에 미리 설명하고 있습니다. 만약 내시경 소견이 정상이거나 표재성 위염 등과 같이 균검사 적응증이 되지 않을 경우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저의 질문은 환자가 균검사를 원하지만 내시경 소견이 정상이거나 적응증이 아닐 경우에도 균검사를 하시는지 입니다.적응증이 안되는데 환자가 원해서 검사를 해서 균이 양성이 나올 경우도 곤란한 문제지만, 어쨌거나 균검사 양성이 나와서 제균을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환자의 non-compliance 포함) 제균이 안 될 경우는 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도 듭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 혹시 position statement에 언급되지 않은 다른 의견이 있으신지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정부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있는지, 일선 환자와 의사들의 고충을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환자 치료보다 심평원 기준에 더 눈치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지만, 그래도 교수님 말씀대로 법은 법이기에 지켜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곤란한 상황이 생기지 않게 조금 융통성 있게 접근을 하는 것이 그나마 환자와 심평원 보험기준을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9월13일에 삼성서울병원 내시경 세미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이준행 註: 9월 6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 때 뵙겠습니다.

[2018-7-10. 이준행 답변]

죄송합니다. 제가 아침에 조금 늦었습니다. 당일 전공의 2년차 대상 box simulator training이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심포지엄 전에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제균치료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대상이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과정이 자연스럽지는 못했습니다. 헬리코박터 관련 학회의 고위 임원들도 제균치료 적응증이 100/100이라는 형식으로 확대된다는 것을 정부 발표 전까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는 후문입니다. 그럼 도대체 누구와 상의하여 규정이 바뀐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셈인데, 그 결과로 매우 많은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전에 검토되고 조율되었어야 할 이슈가 묻힌 것이지요.

저의 진료 style에 대하여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능하면 모든 환자들에게 헬리코박터 검사를 하고 있다고 이해하신 것 같은데 사실은 반대입니다. 저는 진단과 치료를 다르게 생각합니다. 진단은 제한적으로 하고 치료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저의 입장입니다. 일단 확인된 사람은 치료를 하되,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람에서 검사를 할 때에는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검사를 하는 경우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를 position statement로 만들어 소개드린 것입니다.

진단과 치료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저의 오랜 철학입니다. 90대 고령자에서 검진 내시경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딘선가 검사를 받고 위암이라는 진단으로 찾아오시면 90대라도 치료하고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 아닙니까?

검사 전에 고민해야 합니다. 검사 후 고민은 늦습니다. 검사 후 뭐가 있다고 알게 되면 치료하지 않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헬리코박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사 전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상당히 제한적인 검사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position statement). 그러나 적응증과 무관하게 일단 감염이 확인된 사람은 대부분 치료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치료 면에서 환자가 동의하면 모든 감염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검사도 환자가 원하면 언제나 해 드리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내시경 검사 전 명시적으로 요청한 경우는 내시경 검사가 정상이더라도 헬리코박터 검사를 해 드리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방식(환자가 균검사를 원하더라도 '적응증이 될 경우 검사를 해 드립니다'라고 검사 전에 미리 설명)과는 조금 다르지만, 저는 선생님의 방식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령의 중증 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과 젊은 사람의 검진이 많은 검진 전문기관에서 모든 것이 동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삼성서울병원 내시경 세미나는 9월 6일로 변경되었습니다. 미리 알려드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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